통계청이 발표한 1월의 소비자물가(CPI)가 전년 동월 대비 3.6% 상승하여 10년 만의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넉 달 연속 3%를 초과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물가(장바구니물가, 생활물가)는 이보다 높은 4.1% 수준이다.
무섭게 치솟은 석유제품(16.4%)뿐 아니라 국민의 생필품인 축산물(11.5%)과 각종 가공식품, 전기료, 전·월세 등 오르지 않는 것이 없는 실정이다. 특히 외식물가는 설 명절이 지난 시점임에도 품목을 가리지 않고 무더기로 오르고 있어 서민의 경제생활을 힘들게 하고 있다. 경기가 침체돼 있음에도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현상에 더해 높은 실업률로 대표되는 불황(slump)과 인플레이션이 공존하는, 이른바 ‘슬럼프플레이션(slumpflation)’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슬럼프플레이션이란 용어는 지난 1970년대 초 제1차 ‘석유파동’ 이후의 세계적 경기 후퇴와 악성 물가상승 현상에 대해 영국의 ‘이코노미스트’가 처음 사용)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전년도의 정부 돈 풀기에 따른 기저효과”와 같은 변명으로 제대로 된 원인 진단보다는 파장 축소에 급급했다. 곳곳에서 지속적 물가상승 시그널이 보임에도 경제수장까지 나서서 ‘일시적’ 현상이니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내기도 했다. 물가상승에 직격탄이 되고 있는 국제유가 상승에 대응해 한시적으로나마 유류세를 인하하고, 금융 당국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이 거의 유일한 조치로 기억될 정도다.
이종인 여의도연구원 경제정책2실장(경제학 박사)
기사 바로가기: 헤럴드경제 [경제포커스] 경고등 켜진 스태그플레이션
*본 사설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로 여의도연구원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