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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여연정책포커스] 일자리창출 메시지의 허상

보고서 종류

칼럼&기고

연구진

여의도연구원

발행일

2017.02.13

주요내용
  • 탄핵 정국 하에 연이어 대선 주자들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일자리 창출 공약을 내걸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가장 심각하고도 큰 문제가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탄핵 정국 하에 연이어 대선 주자들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일자리 창출 공약을 내걸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가장 심각하고도 큰 문제가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대표로 하여 노동시간단축, 4차 산업혁명 관련 미래산업 일자리 발굴, 중소기업 임금 상승, 비정규직 처우 상승 등이 포함된 일자리 정책을 전면 발표했다. 정책의 구태의연한 반복이나 실현가능성 여부를 떠나서 상대적으로 포괄적인 일자리 정책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현재 우리가 처한 문제들을 인지하고 있음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일자리 정책의 가장 핵심이 되어야 할 부분은 과연 무엇인가.
 
현재까지 우리는 수많은 일자리 정책을 펼쳐왔다. 그리고 일자리 정책은 빈익빈 부익부를 양산하면 안 된다는 뼈저린 교훈을 안겨줬다. 이는 곧 이중적 노동시장의 해소 방향으로 일자리 정책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그리고 현재 이중적 노동시장의 해소는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여야 한다는 ‘달콤한 사탕’ 으로 해결되지 않음이 분명하다.

 


상대적으로 안정된 자리에서 높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와 그렇지 못한 근로자간의 격차 해소, 즉 주변부 노동시장 근로자와 중심부 노동시장 근로자의 격차 해소를 기본 가치로 하여 다양한 사회안전망의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70년전 ILO(국제노동기구)가 채택한 필라델피아 선언에서 언급된 기본 원칙들을 현 상황을 고려하여 하나씩 생각해보아야 할 시점인 것이다.


우리 사회의 많은 근로자들은 생활이 힘들다. 우선, 전체 임금근로자의 32.8%가 비정규직이고 이러한 비정규직 근로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정규직의 가장 큰 문제는 정규직의 복지혜택을 동일하게 수혜하지 못한다는 것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현재까지도 50%를 넘지 못하여 정규직 근로자의 가입률과 최대 3배 가까이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회안전망에서 배제되어 있는 대표적 모습이다.

 


이에 더하여 그리 높지 않은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근로자는 전체 임금노동자의 약 15%이다. 아무리 일을 해도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조차 만족시키지 못하는 자들이 노동시장에서 공존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영세자영업자의 증가는 저소득 가구의 증가를 야기한다. 불안정고용계층이 점차 증가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이러한 현상들은 왜 문제가 되는 것인가. 이들이 주변부 노동시장에 머물며 낮은 임금 뿐 아니라 정당하게 국가로부터 대우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임금격차 뿐 아니라 근로자들 간의 복지격차는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는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정당하게 일하고 정당하게 대우 받는 것은 임금이라는 물질과 인간으로서의 모든 대우를 포함하고 이는 복지혜택의 동일한 수준 보장으로 대표될 수 있다. 우리는 이를 간과하면 안 된다.


그런데 이 와중에 공공일자리 증대는 이중적 노동시장을 고착화하자는 다른 말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청년들의 공무원 취업을 늘리겠다는 것도 지금의 노동시장 문제의 본질을 간과한 이야기이다. 기업이 일자리를 늘리고 이에 대한 충분한 물질적, 정신적 보상을 받아 내가 일하는 것이 즐겁고 살맛나는 세상이 되려면 공공일자리 확충이 아닌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 마련과 고용 증대를 위한 환경 조성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일자리 나누기는 또한 시대적 과제이다. 업무의 효율성이 중요시 되고 있는 현 사회에서 일자리 나누기와 근무 형태의 유연성 확장은 일가정 양립을 가능하게 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노동시장에서 일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필요불가결하다. 이때 노동유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담보하기 위해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위한 노력뿐 아니라 동일한 복지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기업 내에서, 그리고 국가 사회안전망을 통해 동등하고 때로는 더 집중적인 혜택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비정규직 처우 개선 이전에 상층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현재의 변질된 노동조합을 먼저 생각해보아야 한다. 복지 국가의 발달은 노동자들의 힘이 확대되는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노조가 노동자의 대부분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게 된 현 상황에서 누가 노동자를 대표하고 있고 이들의 복지에 대해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이들의 기득권을 타파할 때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과 동시에 노동자들의 진정한 복지권이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일자리 정책은 근로의 유연성을 확보하여 일자리를 확충하고 이들이 안정되게 일 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준비된 창업을 지원하여야 할 뿐 아니라 신생 기업을 육성하여 기업의 채용을 늘림과 동시에 복지격차 해소를 목표로 사회안전망의 내실 있는 구축이 필요하다. 여러 가지 일자리 예산을 좀 더 효율적인 방안으로 사용하여 실제적으로 ‘질 좋은 일자리’ 양산에 힘을 쏟아야 할 시점인 것이다.

 


최저임금을 비롯한 현재 마련된 법들을 제대로 준수하고, 공공부조, 사회보험, 기업복지로 이어지는 사회안전망의 촘촘한 시행으로 일자리 창출과 복지 격차해소, 그리고 희망이 있고 미래가 있는 국가 성장을 동시에 도모하여야 한다. 일자리 창출, 그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적 과제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의 메시지가 허상으로 남지 않으려면 근로자간 차별 없는 복지 구조 개선으로 일자리 질의 향상을 동시에 도모하여야 한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이라는 구분은 이들 간의 차별이 존재한다는 데서 그 구분이 고착화된다. 다양한 고용 형태일지언정 동일한 복지의 수혜자가 된다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동일한 단어가 다가오게 될 것이다. 또한 사회안전망을 통해 주변부 노동자들을 포용하고 기업과 함께 적극적으로 근로자들이 노동시장에 참여하게 할 방안을 논의하여야 한다. 어떠한 고용 형태의 이름을 가지고 있던 일터에서 본인의 가치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인정받을 때 '필라델피아 정신'은 구현될 수 있음을 다시금 생각해보아야 한다

 

 

*본 기고문은 머니투데이 the 300의 여연 정책포커스 코너에 기고된 칼럼입니다.
[머니투데이 url]

http://the300.mt.co.kr/newsView.html?no=2017020914347669594


*본 기고문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로 여의도연구원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여의도연구원은 정책이슈를 알기 쉽게 풀어쓴 '여연 정책포커스'를 머니투데이 더(the)300을 통해 연재합니다.